"현대인의 고독"
생텍쥐페리의 우화적 소설 "어린 왕자"에 나오는 어린 왕자와 여우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다.
바쁘게 돌아가는 경쟁사회 속에서 피상적인 인간관계를 맺으며 마음속 깊이 고독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인간은 나약하고 외로운 존재이다. 그래서 인간은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자 하는 소망을 지닌다.
그래서 인간은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자 하는 소망을 지닌다. 여우가 말하듯이 "길들이기"를 통해 친밀한 정서적 유대관계를 맺고자 하는 깊은 갈망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현대사회는 이러한 소망과 갈망을 충족시킬 수 있는 좋은 토양이 아니다. 현대사회에서 깊이 있고 친밀한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서 많은 현대인은 외로움을 안고 산다.
살아가면서 고독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노라면 누구나 고독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 "나는 혼자다." "나에게 진정으로 관심과 애정을 기울여 주는 사람은 없다." 나를 이해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정말 믿고 정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은 찾기 어렵다."라는 생각이 밀려들 때가 있다. 이런 생각이 밀려들면 마음이 허전하고 쓸쓸해진다. 사는 것 자체가 공허하고 무의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소위 "고독"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더구나 "다들 행복하게 잘 살아가는데 나만 이렇게 외톨이가 되어 괴로워한다."라고 생각되면 고독은 더욱 참기 어려운 고통으로 느껴진다.
고독은 현대인이 공통으로 겪는 마음의 병이다. 실제로 미국인의 경우 전체 인구의 4분의 1 정도는 상당한 정도의 고독감을 느낀다는 조사자료가 있다. (Rubin,1979). 실존심리학자인 May(1953)는 "현대인들이 산업문명의 중독으로 거대한 사회구조의 노예가 되어 인간 상실과 자아 상실의 이중적 고통 속에서 고독과 공허감으로 고통받고 있다."라고 진단하고 있다. 특히, 현대인의 심리적인 문제를 가장 가까이에서 다루고 있는 상담 및 심리치료 전문가들은 많은 사람이 고독감과 외로움으로 고통받고 있음을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매년 연말이면 외로워서 자살한 사람들에 대한 기사를 보게 된다. 다른 사람들은 다들 행복하게 살아가는데 나만 홀로 불행한 채로 남겨진 듯한 불행감이 밀려들고 삭막한 광야에 홀로 버려진 듯한 소외감에 휩싸이게 된다. 이러한 상태가 오래 지속되게 되면 때로는 우울증으로 이어지고 심지어는 자살에까지 이르게 된다. 현대인은 고독해지기 쉽다.
현대사회의 여러 가지 특성이 인간을 고독하게 만든다. 그 몇 가지 이유를 살펴보기로 한다.
첫째, 현대사회는 조직화 되고 거대화되어 가고 있다. 거대한 조직사회 속에서 개인의 역할은 점점 더 왜소해지고 따라서 개인의 존재가치와 존재 의미는 점점 미약해져 간다. 개인은 거대한 조직사회 속에 파묻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존재가 되어 버린다.
둘째, 현대사회는 효율성과 신속성을 강조하는 경쟁사회이다. 이러한 사회 속에서 사는 사람은 늘 바쁘고 여유 없이 업무에 쫓기며 산다. 타인에게 관심을 갖고 애정과 정성을 기울일 시간적 여유를 찾기가 어렵다. 그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만나고 부딪히는 사람들은 실질적인 또는 잠재적인 경쟁상대이기 때문에 속마음을 나눌 수가 없다.
셋째, 현대사회는 다원화된 사회이다. 다원화된 사회에서는 사람마다 추구하는 가치관, 사회정치적 신념, 생활양식, 기호, 취미 등이 다양해짐에 따라 사람들 간의 공통분모는 감소하고 대립하는 갈등의 요소가 증가한다. 개성은 발달하지만 함께 같이 나눌 수 있는 공통성은 줄어들고 있다. 공통적인 관심을 함께 나눌 사람을 찾기 어려워진다.
넷째, 자본주의가 주도하는 현대사회에서는 필연적으로 물질적 가치가 강조되고 따라서 정신적 가치가 경시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에서 사람들은 재물, 권력, 지위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이러한 가치를 획득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재원을 투자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친밀한 교제와 따듯한 애정을 나누는 일은 상대적으로 경시될 뿐만 아니라 사람을 물질적 가치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보는 경향이 생겨난다. 이런 풍토에서는 진정한 인간관계가 이루어지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현대사회는 전자통신 기술로 인한 연결망이 발전되어 있다. 핸드폰, PC통신, 인터넷 등의 전자통신 수단은 사람 간 접촉의 양을 증가시켰지만 접촉의 절을 피상적으로 만들어 간다. 재택근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직접적이고 대면적인 인간관계는 점점 감소하고 전자통신매체를 통한 사이버공간 속에서의 간접적이고 원격적 인간관계가 증가해 간다. 이러한 피상적 만남으로는 깊이 있고 친밀한 인간관계를 맺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어렵다.
이러한 특성을 지닌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고독해질 가능성이 높다. 현대인의 삶 속에는 진정한 인간적인 만남의 기회가 점점 줄어만 가고 현대인은 점점 고독해진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고독해질 가능성이 높고 그래서 불행해질 가능성이 많은 사회에서 살고 있다. 인간관계에 관심을 두고 깊이 있는 인간관계의 형성을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고독이라는 불행의 함정에 빠지게 된다. 삶의 무의미와 공허감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현대는 어느 시대보다도 인간관계의 의미를 더 깊이 생각하고 친밀한 인간관계의 형성을 위해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시대인 것이다.
작성한 글은 (주) 학지사
<젊은이를 위한 인간관계의 심리학(개정증보판)> 내용을 인용하여 작성하였습니다.
글 작성을 위하여
(주) 학지사 측 허가를 받았으며 명백한 출처를 표기합니다.
<출처 표기>
- 책명: <젊은이를 위한 인간관계의 심리학(개정증보판)>
- 저자: 권석만
- 출판사: (주) 학지사
- 발행 연도: 2004년
- 페이지: 22~25